어머니가 여자라는 사실.
한 남자의 아내로써 누구누구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화장대를 봤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어머니는 미인대회에 나가라고 할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셨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난한 집에 시집오시고
그 이후부터 세탁소 미싱일을 하면서 어머니는 여자라는 사실을
잊으셨습니다.
항상 어머니는 자식의 일. 남편의 일이 먼저이구
누가 호명할 때 어머니의 이름 이기숙 이라는 이름보다
누구 어머니 라는 이름이 익숙해질 때쯤 어머니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답니다.
어머니는 그때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리우게 됩니다.
이기숙!
평소에는 그 어떤 누구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실에 불리우고 나서
어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불리우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나서
어머니는 그래도 세탁소 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식인 저는 그런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는 없었죠.
어쩔 수 없는 가난이 주는 현실을 애써 외면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죠.
그런 상태에서 저는 더 나은 현실적 조건을 위해서
필리핀 어학연수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한국에 도착하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화장대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화장대에는 제대로 된 화장품이라고는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여성을 위한 화장품이라기 보다는
로션과 스킨 정도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과 함께
대부분이 샘플로션과 스킨이 있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집에서 생활하시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며 저는 그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어머니가 일하는 세탁소에 일을 도우려
갔답니다.
그리고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옆 간이로 만들어진 화장대에는 어머니 건강을 위한 약과 함께
니베아 크림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곳은 말 그대로 화장대라고 하기보다는 작업대라고
하는 것이 맞을 거 같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우울해 하는 저를 보고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우리 아들. 좋은 곳 취업해서 연예인이 쓰는 좋은 화장품 사줘."
그런 어머니의 말에. 암환자가 된 어머니가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을
외면하며 저는 알았어 라는 짧은 답변과 함께
어머니의 일터를 빠져나왔습니다.
어머니의 화장대.
이제 더 이상 어머니의 화장대에 샘플만이 아닌
우리 일류 연예인들이 쓴다는 고급화장품을 쓰게 해주고 싶은 현실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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