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의 즐거움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많은 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최고로 칠 것이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있으면서 내가 만난 소중한 인연. 그들은 일본인 잭과 베트남여성 티나다.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티나가 베트남여성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놀랬다. 그녀는 보기에는 중국인 같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여성. 나는 이상하리만치 우리나라에 온 베트남 처녀들이 생각났다. 농촌노총각들에게 시집오는 베트남 여성.
그런 생각과 함께 혹시 이 일본인 잭도 혹시 그런 현실.
하지만 내 우려의 현실은 아니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사랑해서 만났고 지금도 서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서로를 보담아주면서 살고 있다.
일본인 잭은 그녀가 14살에 아들을 둔 아내지만 사랑했다. 사랑하는데 그런 것은 필요없다는 논리였다.
그녀의 나이는 참고적으로 나와 동갑인 34살이다.
일본인 잭은 40살이 조금 넘은 나이다.
그들은 말 그대로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같이 있으면 정말 닭살이라고 할 정도로 애정행위를 많이 한다. 나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들은 나를 궁금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항시 카메라 가방에 태극기를 꽂고 다녔으니 궁금해할 만했다. 나는 내 직업을 이야기했고 대한민국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들은 한국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일본인은 당연히 한국인을 잘 알겠지만 베트남 친구는 과연 한국을 어떻게 잘 알고 있을까?
그녀가 말한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게 한 이야기였다.
그것은 라이따이한.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서 라이따이한에 대한 간략한 정의를 내려본다.
라이따이한이란
대한민국이 경제적, 정치적인 이유로 1964년부터 참전한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인 병사와 현지 베트남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말한다. (위키백과 사전 정의)
갑자기 이 단어에 코피노가 생각났다.
대한민국 남성과 필리핀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
정의로 보자면 라이따이한과 코피노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현실은 아버지가 도망가는 것이 현실이고 어머니가 사진만 남겨 둔 코리안남편을 그리워하고 자식은 한국을 무한증오로 바라본다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베트남 친구가 한국을 다른 이미지도 아닌 라이따이한으로 기억되는 현실.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베트남은 난 데 없이 산업단지가 많이 들어서고 한국인 노동자들이 실제로 그곳에서 많이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괜한 걱정이다.
또 따른 라이따이한 사태가 벌어질 것에 대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