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저로써 필리핀에 와 있으면서 형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저희 형의 나이는 35살입니다. 저와 2살 터울이죠. 항시 형은 저의 대장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전교에서 가장 키가 클 정도로 키가 컸던 형은 저의 든든한 보디가드였죠. 물론 그 이후로 자라나지 않았지만 말이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서로의 일상에 젖어살아 가족의 건강을 챙기지 못할 쯤.
형에게 변고가 생겼습니다. 그 것은 형이 암이 걸린 것이죠.
갑상선 암. 사실 형은 그 당시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단순히 편도선이 부어서 3시간 정도 수술만 하면 끝난다고 이야기했죠. 저도 별 생각없이 형 수술 때문에 일도 바쁜데 직장에 월차를 내는 것이 눈치보여서 평소 건강관리를 못했던 형의 원망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간단하게만 보였던 수술. 그 수술이 17시간이 넘겨 형이 중환자실로 넘어갈 때.
저는 죄인이 되었습니다. 형은 갑상선 암세포가 전이되어 목 전체에 퍼져 있었고, 생사가 오고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형이 나 꼭 가족들 다 데리고 너가 그렇게 좋다던 호주 함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때 저는 형이 그렇게 위급한지 모르고 빨리 수술이나 잘 갔다오라고 이야기만 했으니 말이죠.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2일이 지나고 형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일어났습니다. 온 몸이 부어서 혈관을 찾을 수 없어 주사바늘을 간호사들은 찾지 못해 몸 이곳저곳을 찌르고 나서야 겨우 찾았습니다. 형은 아픔에 길들여졌는 지 보기에도 커다라 보이는 주사바늘이 찔러도 아무런 아픔을 못 느끼는 듯 보였습니다.

그랬던 형이 작년 12월 결혼을 하였습니다. 형수님은 그 당시 몸이 아팠을 때 형 자리를 지켜주시던 분입니다. 그리고 12월 다시 형은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3년 전 수술했던 그 부위에서 다시 암세포가 나온 것입니다. 두 번의 항암치료로도 모두 제거가 안 된 겁니다.

그런 형이 오늘 다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들어갑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필리핀에 와 있으면서 다른 때와 다르게 제 자신을 채찍질 해야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형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되기 위해서입니다.

열심히 해서 우리 형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호주를 가족여행으로 가고 싶어서 말이죠.
이 글은 필리핀 오기 전날 쓰는 글입니다.
아무래도 필리핀에서 형이 항암치료하는 것에 대해 힘내라고 글을 못 쓸 것 같아서 말이죠.

형. 나의 영원한 보디가드로써 부족한 나를 일으키며 동생 책 나왔다면 지인들에게 홍보를 하러 다니는 형. 형! 꼭 건강해서 그렇게 가고 싶던 호주의 비경을 같이 가기를 바랍니다.

멀리 필리핀에 있지만 많은 분들이 저희 형의 건강을 빌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형. 그리고 형수님. 그리고 부모님 사랑합니다.

멀리 필리핀 세부에서 사랑하는 막내 아들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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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시선

이 시대의 전문가들은 많다. 하지만 실상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그러기에 나는 전문가가 되기를 거부한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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