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낡은 화장대 위에는 10년 동안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돼지저금통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돼지저금통은 마술 저금통입니다. 아무리 채우려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저금통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저금통은 낡은 화장대 앞에 가지런히 동전을 기다린 채로 먼지 속에 쌓여가고 있습니다.

저금통이 가득 쌓이면 당신 옷 한 벌 해 입겠다던 어머니의 바람은 몇 년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저금통이 밑 빠진 저금통은 아닙니다. 그 저금통은 여느 저금통과 같이 배가 가득 차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쌓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저금통의 돈은 당신의 옷이 아닌 자식들의 옷으로 쓰였습니다. 당신이 가계일 세탁소 일을 하시면서 모았던 동전으로 당신의 옷을 사 입으시겠다는 다짐은 자식들의 옷으로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저금통은 지금도 조금씩 쌓여 갑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배를 가르고 자식의 옷으로 쓰이게 될 것입니다.

어머니. 그 위대한 이름.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머니도 약해지시는 모습이 자식이 보기에 너무 안타깝습니다. 따뜻한 옷 한 벌 선물 못하는 자식이라는 자책감이 듭니다. 국가의 총체적 위기라는 청년실업이라는 핑계를 이유로 어머니의 마음에 멍에를 씌운 듯합니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가정을 지켜주시는 아버지. 예전에는 그렇게 강하시던 아버지가 이제는 너무나 약하시고 나약하시기만 하십니다. 귀는 안 들리셔서 전화도 제대로 받지 못하시고 발에는 인이 박혀 돌인지 아니면 살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변해 버린 아버지의 발.
 형수 될 사람이 인사차 오던 날 아버지는 자신의 생각으로 두둑하게 챙기신 돈으로 계산하려 하셨지만 어림없는 가격에 꾸깃꾸깃 지갑 속에서 비상금을 내시던 아버지.

밖에 나가 외식을 하시면 짜장면과 우동을 즐겨 먹는 탓에 패밀리 레스토랑도 그 정도의 가격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은 부모님의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부모님이 이제는 늙은 고목처럼 검버섯이 피고 주름살이 자리 잡히고 있습니다. 부모님도 저희와 같이 꿈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식을 담보로 그 꿈을 애써 외면해 오고 당신들의 옷은 자식들의 옷으로 당신들이 먹고 싶은 것은 자식들을 위해 참고 계십니다.

우리 자식이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가지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그리고 가슴 속으로 이제는 나약해진 몸을 껴안는 것일 뿐입니다. 오늘도 돼지저금통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아버지의 발은 단단해지고 있을 것입니다. 바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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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바라본 세상 일반인의 시선

이 시대의 전문가들은 많다. 하지만 실상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그러기에 나는 전문가가 되기를 거부한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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